서산 솔꽃모루

잔디와 맥문동 심기

정인숙 2011. 4. 5. 23:06

바람이 몰려올 때마다 먼지가 몰아친다.

거실 창밖을 내다보며 혼자서 구상을 해본다.

'저쪽에 꽃밭을 만들고 이쪽으로 잔디밭을 5평 정도만 해보자.

흠! 출입구까지 연결하려면 5평을 훨씬 넘겠는걸.'

 

오후에 집을 나섰다.

근처 도비산에 맥문동이 지천이었으니 꽃 피기 전에 몇 포기 캐올 요량으로...

돌아오는 길에 잔디를 실어와야지.

마을에 동행할 분을 광고하니 서경이가 제일 좋아한다.

어른들은 나섰다가 여기 아프고 저기 아프고 하여 포기하고 서경이, 서경엄마, 나 이렇게 세 명이 단촐하게 떠났다.

 

도비산 입구에서 부터 맥문동이 그득하다.

현호색도 피었고 개별꽃, 제비꽃도 흰색, 보라색 작은 꽃을 내비치고 있다.

서경이는 이쪽 저쪽으로 뛰어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환호성을 지르면서.

 

부석사 오르는 길에 아름드리 벚나무가 즐비하다.

벚꽃이 피면 이곳이 장관이겠군.

가까이 수시로 소풍 나오기에 좋은 곳이다.

작년에 올라왔을 때 물봉선도 예쁘게 피어있었다.

 

부석사에 들어섰다.

화단에 수선화가 꽃을 피울 태세로 진초록 새순을 내보인다.

고목에선 새싹이 솟아오르려 열심히 물을 길어올린다.

나무들이 땅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 숲에 활력이 인다.

 

서경이는 벌써 절 뒤 돌계단을 올라 이상한 장소로 우리를 이끈다.

바위 틈에 작은 제단을 만들고 제를 올리는 곳.

굴을 빠져나와 숲길로 들어서니 호젓한 산길에 맥문동이 지천이다.

 

몇 포기 캐려고 호미를 드는 순간, 사람들이 산에서 내려온다.

세 명이 동시에 호미를 감추고 당황한다.

서로 어색한 시선이 오가고...

사람들이 지나간 뒤에 살펴보니 산길을 불도저가 파헤쳐서 맥문동이 이리저리 뒹굴어있다.

이런 이런~~.

우린 신나게 맥문동을 주어 들었다.

비닐봉투에 가득 담아 더 이상 담을 수가 없을 때까지...

 

돌아오는 길에 묘목집에 들러 잔디도 구입했다.

5평에 35,000원, 꽤 많다. 2만원어치만 구입하여 차에 싣고 돌아왔다.

벌써 시간은 5시를 향해간다.

마당에 물을 잔뜩 뿌리고 흙을 부수고 대충 평평하게 만들고...

잔디를 드문드문 심었다.

초등학교때 방학 과제로 잔디를 떠가서 잔디를 심던 기억을 되살려...

약간 흙을 파내고 잔디를 놓고 가장자리에 흙을 덮었다.

다 심은 뒤에 물을 흠뻑 줄 요량으로.

 

남편은 다른 방식으로 심는다.

잔디 놓을 자리에 물을 붓고 흙을 파내지도 않고 잔디를 그냥 놓는다.

과연 누가 심은 것이 잘 자랄지...ㅎㅎ.

 

잔디를 심다보니 이런! 모자란다.

남편이 '전주조'카페에서 검색해 보니 잔디는 1년만 지나면 쉽게 퍼진다며 그만 심어도 잘 자란다고 한다.

그래도 반 밖에 못 심었으니 내일 더 사다가 심어야겠다.

처음하는 일이라 그런지 매사 한번에 끝나는 일이 없다.

 

창고도 선반과 계단, 저장고 문을 다시 놓았지.

나무도 몇 차례에 걸쳐 심고 옮겨 심고...

 

해가 뉘엿뉘엿 넘어간다.

맥문동을 심어야하는데...

동쪽 데크 아래에 맥문동을 심으려 땅을 파니 5cm도 파기 힘들다.

물을 붓고 잠시 기다려 삽질을 한다.

끙차!

 

남편이 세차를 끝내고 다가와 삽질을 한다.

에구구~~! 군데 군데만 파면 되는데... 힘들게 고랑을 파놓았네...

맥문동 뿌리를 구겨서 넣는다.

애야, 비록 구겨졌어도 잘 살아라~~.

 

해가 완전히 져서야 일을 마쳤다.

마당 여기저기에 삽이니 호미, 물 호스를 널려놓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