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씽크탱크 희망제작소는 정부나 기업에 예속되지 않는 독립적인 민간연구소로, 비판을 넘어서 대안을 만들어내는 것에 관심 갖고, 지역을 살리는 것을 중요한 사명감으로, 시민들이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 연구과정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현장에 가서 직접 실천하고 모델을 찾아내는 실제 대안과 방법을 중시여기죠.”
유시주 소장님이 희망제작소를 통해 연결이 어려운 부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연결된다며 각 센터에서 하는 일을 소개한다.
오늘은 제13기 행복설계아카데미가 시작하는 날, 내 마음은 아직도 두근거린다. 퇴직하고 2년 지나 처음 맞는 공개모임이다. 다른 사람들을 흘긋 쳐다본다. 모두들 나와 비슷한 심정일까. 온화한 인상의 노신사, 송장식 회장님이 우리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격려사를 보낸다.
“반갑습니다. 환영하고 축하드립니다. 13기 교육에 동참하신 분들은 이제 인생의 후반기를 맞아 직장과 가족만을 위하던 생활에서 벗어나서 사회를 위해 나아가실 겁니다. 과거 학창시절 다정한 친구들처럼 사회에서 마지막 동지로서 든든한 힘이 될 겁니다.”
이 교육을 받고 나면 저 분처럼 내 갈 길을 찾아 다시 사회에 나가 일할 수 있을까. 오늘 참석자 중에 여성이 열 명, 남성이 29명. 나이가 엇비슷해 보여 마음이 놓인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어떤 표정일까
13기 행설아 담임선생님, 석상렬 연구원이 수료식 날짜가 10월 20일이라고 알려준다. 그날까지 무슨 일이 일어날까. 어떤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까.
첫 번째 강의는 마음열기 시간, 송판심 선생님이 다가선다.
“겁은 백년에 한번 내려오는 선녀가 집채만 한 바위를 닳아 없애는 시간입니다. 여기 인연은 겁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서로의 인연을 쌓는 것만으로도 기막힌 행운입니다.”
송선생님은 짝꿍과 손뼉 치기, 돌아다니며 인사 나누고 싸인 받으라고 이끈다. 모두들 분주히 다니며 빨리, 많이 받으려 애쓴다.
“이제 실적 위주의 삶은 떨쳐내셔야 합니다. 그 사람을 잘 기억하고 깊이 알기가 중요합니다.”
아차! 여기서는 지금껏 살아온 삶과는 다르구나. 회사 생활이 아직도 몸에 배었다니까.
우리 모듬원끼리 조심스레 이야기를 나눈다. 가장 멀리서 오신 분은 누구일까. 생일이 가장 가까이 다가온 분은 누구일까. 은퇴 후 예상되는 어려움도 적어보고 인생 후반전에 가장 소중한 것도 생각해본다.
송선생님은 ‘행복으로 가는 길은 어떤 표정일까, 행복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나’ 마음속에 그림을 그리도록 여러 가지 자료를 보여준다. 이제 동료들 얼굴을 익혔다. 이번 만남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폐암 오진, 많은 생각을 하다
자기 소개할 시간이다. 2분 동안, 짝꿍의 질문에 답하고, 덧붙여 나를 소개해야한다. 앞의 분들이 여유 있게, 재치 있게 자신을 소개한다. 휴! 그 많은 세월을 2분 안에 어찌 소개해야하나.
“대한 적십자사서 33년 일했다. 제도권 내에서 NGO활동을 한 셈이다. 비제도권 비영리단체서 활동하고 싶어서 찾아왔다. 최근 폐암 진단을 받았다. 결국 오진으로 드러났지만…. 많은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건강이 참 중요하다. 또한, 많은 친구가 있어야 의미 있고 더불어 행복해질 수 있다.”
“등산, 걷기를 즐긴다. 건설현장에서 30여년 일했다. 성실하나 소극적이고 대인관계가 넓지 않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사는지 벤치마킹하여 앞으로의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고민하고자 한다.”
“바둑과 산행을 즐긴다. 금년 말에 금융기관에 30여년 근무하다 퇴직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먹고 사는 문제를 벗어놓고 무엇을 하며 살까를 곰곰이 생각한다. 여러분의 의견도 듣고 함께 고민하며 길을 찾으려고 참석했다. 벌써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든다.”
“올해 41살로 막내다. 통신회사, 인터넷 네트워크 관련 일했다. 내 의사가 아닌 주변의 기대감, 정해진 길로 살아왔다. 행복하지 않아 사표를 내고 내 주도하에 과감히 놀고 있다. 교육 후에, ‘이런 소명으로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물을 받아 샤워합니다
모두들 열심히 살았구나. 열심히 살았으니 인생 2막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 문을 두드렸으리라.
“성공 중심적인 일보다 가치 중심적인 일을 하는 게 행복하다고 합니다. 이런 걸 고민하자는 게 이 아카데미의 주제입니다. 행복의 조건, 건강, 배우자, 일, 친구, 재산 …이중 ‘일과 친구’를 통해 어떻게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송판심 선생님은 직책 내려놓기, 자신을 낮추기, 나눔을 통해 성장하고 행복이 온다며 행설아 수료생 이야기를 전한다.
‘행설아 교육을 통해 처음으로 기부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가족들은 이제 물을 받아서 샤워하고, 아프리카 케냐 어린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또 법정 스님의 ‘참 부자란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가진 것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다’ 말도 들려준다.
나이 드는 것은 성장하는 것이다. 80살이 되었을 때, 우리 인생의 이력서를 어떻게 써야 할지 생각해 보자며 ‘모든 그때가 절정이다’라며 힘을 준다.
오랜만에 강의를 듣자니 허리가 아프다. 동료들과 눈인사하고 물 한잔 마시니 두 번째 강의가 시작할 시간이다.
그때만 해도 좋은 시절이었구나
청바지를 입고 파마머리를 한 김신형 선생님이 ‘은퇴, 그 주체할 수 없는 즐거움’을 들려준다.
영화 <Young at Heart>에서 죽음을 앞둔 노인이 아름답게 노래한다. 함민복 시인의 <나를 위로하며>도 들려준다. 왕유의 <江流天地外 山色有無中>도 곁들여 가버린 젊은 시절을 돌아본다.
“지나간 과거를 뒤돌아보니 모든 것이 가버렸습니다. 앞으로 30년 후, 지금을 뒤돌아보면 그 때도 그럴 겁니다. 그때만 해도 좋은 시절이었구나! 하고요.”
내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다. 다른 분들도 같은 마음인지 모두들 숨죽여 강의에 몰두한다.
건강, 돈, 행복 … 그러나 채워지지 않는 갈증. 어디에 지향점을 두고 살아야 할까. 김선생님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과 새로 얻고 있는 것을 적어나간다. 영성, 성숙, 자아성취, 초월적 사랑, 지혜, 감사…. 앞으로 내가 얻어 나갈 것들이다.
강화도에서 텃밭을 일구고 강화 나들길을 안내하며 글을 쓰는 삶. 김선생님은 자신의 경험을 곁들여 나이 든 서글픔을 풀어낸다. 지금껏 내 나름의 통찰력도 얻었다. 나는 이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나이 들고 은퇴하였지만, 가장 좋은 것은 아직 오지 않았다….
앙코르 서비스하자
“돈, 보험, 건강… 이런 것에 의존하여 노후설계를 해야 하나요? 제 관심사는 ‘행복한 시니어’입니다. 독거노인들에게 도시락 배달을 하다가 박원순 변호사의 라디오 강연을 듣고 즉시 이 강좌 1기에 참가하였고 그 후 NPO적인 사고로 세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강화 나들길에서 추진위원으로 일하지만, 돈 받고 일하는 게 아닙니다. 지역사회에서 소통하면서 사는 삶입니다. 제 삶에서 진심, 진정성이란 단어가 다가왔고 여기 인연을 통해 내 삶이 바뀌었습니다.”
김선생님은 젊은 시절 영국에서 10년간 살면서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였다. 지역, 마을이 삶의 중심인 사람들에게 은퇴는 축복이고 참여와 봉사를 통해 삶이 연속된다. 영국 민주주의의 근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스스로 은퇴를 선택한 후, 시간을 3등분으로 계획했다. 1/3은 육체노동, 1/3은 정신노동, 1/3은 즐기며 살자고. 강화도 그의 집과 직접 담긴 간장 된장을 보여준다.
영국에서 우연히 만난 알프레드 월리스(Alfred Wallis)와 양파장수 이야기를 들려주며 우리 삶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사회적 가면인 페르조나를 벗고 진정한 나 자신을 만나라고 …. 앙코르로 완성되는 음악회처럼, 팬 서비스 하듯이 인생 후반기에 사회에 앙코르 서비스하라고 이끈다. 영리 목적이 아닌 공공의 사회적 의미와 영향력을 중시하여 비영리기관에서 교육, 환경, 건강, 시민사회, 사회복지 관련 일을 하라고….
앞으로 내가 하는 일은 ‘소일거리’가 아니다. 사회 발전을 위해 앙코르 서비스하는 것이다. 이제 이 강좌의 목적이 눈앞에 다가온다.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히 시작하자.
오늘의 일정이 끝나고 호프집에 모였다. 재치 만점인 류재란씨가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술 이름을 외치며 건배하자고 제안한다.
“입술! 13기 파이팅!”
[글/ 정인숙 _ 해피리포터(행설아 5기)]
[사진/나종민_행설아 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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