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시인 <겨울금강> 중에서 발췌) 도종환 시인이 운율에 흘러가 듯 낮은 목소리로 <겨울금강>을 읊는다. 때론 약하게, 때론 강하게. 우리의 마음 하나 아주 여리고 아주 작던 그래서 많이도 고통스러웠던 지금까지 나를 끌고 온 그런 것 하나를 역시 버릴 수 없어서 아팠다 별들이 점령한 희망제작소 후원회원의 밤 ‘버릴 수 없어서 마음 아픈’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어느 새 희망모울 안에 사람들이 들어차고 ‘후원자의 밤’은 막을 열었다. 오늘의 사회자는 한동헌씨(마이크임팩트 대표). 그는 고려대학교 화정박물관에서 진행되었던 ‘무한청춘엔진 강연콘서트’를 계기로 희망제작소와 인연을 맺은 젊은이다. 행설구 난타 공연단의 우렁찬 기합 아름다운 젊은이, 한동헌 씨 첫 행사는 행복설계아카데미 9기 동기생의 난타공연이다. “2009 희망제작소 후원자의 밤 행사는 우리가 접수한다. 후원자의 밤 파이팅! 희망제작소, 영원하라!” 힘찬 구호로 이어지는 북소리가 점화했다. 오늘 행사를 위해 부랴부랴 연습하신 분들은 강평석, 서복기, 김은희, 이미경, 최강주, 윤제훈 회원이다. 잘 맞지 않는 박자, 떨려 나오는 구호소리……서투르지만 따뜻한 희망난타의 울림에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인다. 올해 희망제작소는 어떤 사업을 하였을까? 지역컨설팅, 대안희망, 모금전문가, 소셜디자이너스쿨, 행복설계아카데미…… 이런 많은 일을 차분하게 진행하는 중심역할, 유시주 소장이 단상에 올랐다. 희망제작소 유시주 소장의 환영사 "희망제작소가 살아 남도록 월급을 주신 사장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올해가 희망제작소 창립 3주년인데, 가장 중요한 해였습니다. 올 초 사업계획 제일 앞자리가 ‘생존’이었습니다. 재정지원이 떨어지고 연구원 수가 감소하면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느냐’가 제일 중요했어요. 이제 살아남았고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강해졌습니다. 실례로, 연구원들끼리 사이가 아주 좋아졌고 상임이사님과도 그 어느 때보다 돈독해졌습니다. 우리 스스로 믿음과 신뢰가 강해졌지요. 앞으로 시민들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넓히고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더 많이 해나가자고 다짐했습니다. 어려움을 전환기로 삼았습니다.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큰 원인은 후원자입니다. 후원자의 힘과 시민들의 힘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 행사를 위해 오늘 일체 대청소를 하였습니다. 우리한테 월급 주는 분들이 오시니 진심으로 맞이하자고요. 올해 살아남을 수 있게 해주어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유 소장의 물기 젖은 목소리에 참석자들은 큰 박수로 격려한다. 사회자가 “여러분은 한 분, 한 분 다 사장님입니다”하며 희망제작소가 지난 한 해 어떻게 살림을 하였는지 영상으로 안내한다. “닫힌 공간이 아니라, 열린 공간! 1만 명의 시민의 힘으로 움직여간다. 경계를 넘는 소통과 사고를 더욱 자유롭게, 유쾌한 상상이 한 가득. 희망의 불을 밝히는 등대지기처럼. 희망을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갑니다.” 연구와 교육 사업에 주력 이어서 한순웅 회원재정 팀장이 간단하게 희망제작소 사업을 설명하였다. “희망제작소는 연구와 컨설팅, 교육이 주된 사업입니다. 사회창안, 뿌리센터가 연구와 컨설팅을 주로하고 교육은 아카데미를 운영합니다. 사회창안센터에는 지금까지 3천 5백 여 아이디어가 모여 있어 새싹, 씨앗아이디어로 현실화시키려 노력중입니다. 뿌리센터는 ‘지역에서 희망을 찾자’를 모토로 모델지역을 만들고 소기업발전소를 운영합니다, 교육프로그램은 좋은 시장학교, 공무원학교, 모금전문가학교, 소셜디자이너스쿨, NPO경영학교, 사회적기업가학교 등을 운영합니다. 자치단체장에게 행정이 어떻게 가야하는가를 제시하였고, 해피시니어는 은퇴 후 전문적 노하우를 사회공공분야에 써달라는 교육프로그램입니다. 공무원영역, 지역사회리더, 국회, 시민 등 많은 영역에서 함께 협력하고 있습니다.” 1년 동안 후원자들이 낸 후원금으로 어떻게 살림을 하였을까. 2010년에는 포지티브한 ‘도약’을 꿈꿉니다. 정성원 사무국장이 ‘후원회원 평균 연령이 37.9세’인데, 본인은 올드보이라며 인사를 하였다. “기부금이 12억 9천만 원(해피시니어팀 행복설계아카데미 사업비 포함), 사업비용 20억이었습니다. 이중 인건비가 35% 차지합니다. (자세한 내역은 표 참조) 작년에 비해 수입이 42%, 지출이 47% 감소하였습니다. 특히 연구영역이 43% 감소하였고, 교육 영역은 작년과 비슷합니다. 연구원 감소와 급여 삭감으로 급여가 43%감소하였습니다. 임차료 46%감소, 사무운영비63%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수입과 지출이 감소한 해입니다. 내년도엔 낙관적으로 봅니다. 후원회원이 꾸준히 늘어 1월 1100명에서 11월 4천명 수준으로 늘었습니다, 08년 12월에 비해 700% 확대된 거죠. 후원금이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2010년도 사업계획을 짜는 시기인데, 지속가능성과 희망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좀 더 포지티브한 ‘도약’을 사업계획으로 짜려고 합니다. 생존했다는 것은 단지 살아남았다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 체질이 나아졌다는 증거니까요.” 그렇다. 2009년은 굉장히 어려운 상황임에도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 가능성 있는 해였다. 인터넷으로 좋은 사연을 보내 준 후원자분들께 선물하는 시간이다. 박용규님은 “크게 성공하기위해서는 좋은 스승을 만나야한다. 도요새를 만나 큰 스승으로 삼았다. 남녀노소가 희망을 얘기하는 좋은 프로그램, 소셜디자이너스쿨 4기생이다”며 힘을 내자고 한다. 김봉래님은 “오늘 설명을 들으니 살림살이 걱정이 좀 덜어졌다”며 한 식구로서 걱정하는 마음을 드러낸다. 고교생 김민석님은 “앞으로 후원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며 힘을 보탰다. 가볍게 재산을 덜어내고 값진 행복을 찾은 사람들 민들레사업단 강숙희님이 영상으로 희망씨를 소개한다. 폐지를 모아 기부하는 김주정 회원, 구두를 수선하며 기부하는 이창식 회원, 판화작가 이철수 회원, 출판물 인세를 기부하는 안애경 회원, 기숙사생활을 하며 용돈을 모아 기부하는 박승아 학생, 최영선 회원, 노광욱 회원, 한석규 회원, 권신우 회원의 얼굴이 영상에서 웃고 있다. 가볍게 재산을 덜어내고 행복을 찾은 사람들이다. 회원들이 새해 희망제작소에 바라는 메시지를 적고 있는 동안, 이성은 연구원이 회원활동을 소개하였다. “희망제작소를 밝게 비춰주는 별님들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매월 후원하는 별, HMC별, 천사별…… 이렇게 별 헤는 밤에 앞으로도 엄청나게 많은 별이 빛날 겁니다. 처음 후원가입을 하시면 원순씨와 함께 김치찌개를 드실 수 있습니다. 기존회원에게는 정기적인 강연, 교육 등 프로그램을 만들어 활성화할 예정입니다. 강산애(강과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과 짝꿍명함 프로젝트에도 많이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희망제작소 안에 여러 가지 별들이 더 큰 빛을 발하도록요. 춤추는 원순씨 보이시죠? 12월 말에 천 명을 달성하면 직접 춤을 추실 예정입니다. 원순씨가 춤을 직접 추는 것을 볼 수 있을까요?” 희망은 어려움 속에서 만드는 것 특별한 만남의 시간이다. 가수 박강수씨가 ‘바람이 분다’를 청아한 목소리로 부르자 모울 안에 훈풍이 넘실댄다. 도종환 시인은 “희망제작소가 어려울 지경에 놓여있어 같이 희망을 만들고파서 나왔다. 희망은 어려움 속에서 만드는 것이다. 올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서 더 큰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거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며 <담쟁이>를 낭독한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처음부터 함께 이 길을 가자던 사람을 떠올리면 시인은 희망제작소가 처한 상황을 생각하며 골랐다며 <겨울금강>을 다시 낭송한다.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마음이 가슴을 저리게 한다. 시인의 잔잔하면서 진정에서 우러나오는 낭송으로 사람들의 가슴이 흔들린다. 도종환 시인의 <먼 길>을 가수 박강수씨가 곡을 붙여 부른다. “희망제작소 창립 후, 제일 어려운 이 때, 갈등 회의가 들어도 맨 처음 어떤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는가. 길이 안 보일 때, 꺼지는 불 다시 켜며 처음부터 함께 길을 가자던 사람 떠올리면 훨씬 더 행복하지 않을까요” 하며 시인은 이 길이 정말 옳다면 박수를 의식하지 말고 가잔다. 가수 박강수씨는 희망제작소 발전가를 다 같이 부르자고 이끈다. “다시 힘을 내어라. 나의 손을 잡아라. 뒤돌아보지 말고 날아가야지. 푸른 나무들도 등을 미는 바람도 너를 위한 몸부림에 힘겹다. 삶에 지치면 길을 잃고 지치면~ 손을 내미면 너의 손을 잡으면 누구든지 사랑해” 시와 노래가 큰 울림을 주었다. 노랫말이, 시어가 희망제작소와 후원자들에게 큰 힘으로 돌아온다. 뒤쪽에서 주변 사람들과 정담을 나누며 흐뭇하게 지켜보던 박원순 상임이사가 “반갑습니다”하며 단상에 올라 희망 메시지 세 개를 뽑았다. ‘전 우주에 희망이 가득하기를.’ ‘살맛나는 세상이 되도록 힘써주세요.’ ‘너무 잘하셔서 감사합니다.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으면 합니다. 희망이란 꿈을 꿀 수 있는 방학 특강… 기대합니다.’ 당신은 희망제작소의 소중한 별이며 이 시대의 희망입니다. “저희들이 ‘좌절금지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합니다. 수능 끝나고 많은 학생들이 좌절하고 있으니까요. ‘대학을 못가도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 이런 강좌를 만들려고 합니다. 저도 순탄하게 학교를 마쳤다면 어떻게 이 자리에서 여러분을 만나겠습니까? 세상이 실의에 차 있을 때, 도종환 선생님 <담쟁이>처럼 우리시대에 절망하는 사람들이 손을 잡고 벽을 넘어야겠죠. 좋은 소식 알려드릴게요. 희망제작소가 올해 100대 씽크탱크 중 2위했습니다. 성적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근데 열심히 했어요. 자료집까지 치면 2백여 권 냈고, 다양한 제안서 프로젝트가 제 방 가득합니다. 바로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입니다. 저희가 낸 아이디어가 영글면 우리 사회가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가슴이 아파집니다. 올해 연구원이 삼십 여명으로 줄어 참 슬펐습니다. 시내 중심가에서 이곳으로 옮겼을 때, 참 슬펐습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박 상임이사는 목이 메어 얼른 자리를 뜬다. 후원자들의 따뜻한 온기에 힘입어 그동안 참았던 설움이 북받쳐 오르는 듯싶다. 꿈나무 박승아회원님께 당신은 희망제작소의 소중한 별이며 이 시대의 희망입니다. 더 높이 더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우리 사회의 꿈나무가 되어주세요. 후원자에게 주는 특별한 상이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멀리 원주에서 올라온 ‘꿈나무상’ 수상자 박승아님의 손을 꼭 잡고 단상에 오른다. ‘희망지킴이상’은 오랜 시간 변함없이 후원해 준 최영선님께, 행복설계아카데미 출신이며 후원자 모집에 물심양면으로 앞장 서 ‘별별상’을 받은 한석규님은 힘차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저를 포함한 후원자 여러분이 희망제작소의 주인입니다. 한 마음으로, 힘차게 나갑시다.” 이날 참석을 못한 이창식 후원자님께는 ‘희망천사상’이 주어졌다. 서로가 얼굴도 모르는 채로 만나 한 마음으로 뜨거워진 시간이었다. 희망제작소를 향한 따뜻한 마음과 사랑, 관심과 정성을 영원히 기억하고자 기념촬영을 했다. 희망은 어디에 있을까. 이날 모인 희망씨들의 희망 별들이 빛나는 그곳이 아닐까. 희망제작소가 필요 없는 세상이 올 때까지 반짝 반짝 빛나겠지. [글/ 민들레사업단 _ 정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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