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맞는 첫눈치고는 무척 매섭다. 말죽거리 고개 바람에 걸음이 휘청거린다. 캠코양재타워가 저기 보인다. ‘아름다운가게’ 양재점이 위치한 곳이다.
2009 Happy Senior Awards 행복나눔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대철씨(54, (주)아이정보기술대표)는 이곳 양재점에서 2004년부터 일하고 있다.
활동천사 앞치마를 두르고 일하던 김 대표가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반갑게 맞아 주었다.
한 사람의 과거는 현재와 맞닿아있다. 이 분은 어떤 이력을 지니고 계실까.
“전자과 출신이에요. 79년 통신장교(ROTC 17기)로 입대하여 제대하자마자 81년부터 직장생활을 했어요. 대림건설 해외건설팀 사우디 건설현장에 1년 있었지요. 그 뒤 LG 하니웰에서 영업과장으로 8년 근무하다가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동진엔지니어링이라고 보안공사 영업 시공 회사였어요. 지금은 종합방범시스템을 영업하는 회사로 성장했지요.”
(주)아이정보기술은 CCTV를 설치 운영하는 회사다. “정직하고 투명한 기업가 정신으로 가족과 같이 지켜갑니다”를 모토로 경남과 전남에도 지사를 두고 있다.
김 대표는 잠시도 쉴 틈이 없이 손님을 맞이한다. 인터뷰 중간에 손님이 들어오면 마치 단골고객인 듯,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하며 눈을 맞추며 큰소리로 맞이한다. 현재 회사를 이끌어 나가는 CEO로서 무엇이 계기가 되었는지 궁금증이 일었다.
10억 모아서 봉사하려면 언제 하겠는가
“그때 당시는 안 좋은 계기였는데 지금 되돌아보면 좋은 계기였어요. 2000년도에 사업이 부도났어요. 부도나기 전에 부동산도 있고 꽤 잘 살았는데도 ‘현금으로 10억 정도 생겨야 그 다음부터 봉사하겠다’ 고 생각했어요.
부도 후, 다행이도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빠르게 재기하고 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빚이 아직 2, 30% 남아있을 때였어요. ‘예전에 돈 있었을 때나 지금 없었을 때나 사는 것은 별로 다를 게 없다. 지금 안하면 못하겠다. 또 10억 모아서 봉사하려면 언제 하겠는가’라는 생각이었어요.
그때 ‘아름다운가게’ 자원활동가 광고를 봤어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과 영업하는 것은 계속 하는 일이기에 할 수 있겠다 싶었지요. 그 당시엔 주6일 근무라 토요일 오후에 나와서 일했어요. 한번 해보니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쭉 하게 되었어요.”
아주 간단히 말하신다. 틈틈이 계산대 앞에 선 꼬마손님에게는 “눈썰미 좋다. 크레파스 500원. 응, 잘 가!”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께는 “모자가 아주 잘 어울려요. 사모님과 같이 쓰셔도 되겠어요” 하며 일일이 대응 하신다. 가게 안을 둘러보니 학생들과 건물관리직원들이 도와주고 있다.
봉사는 무보수, 자발성이 우선
김 대표는 2004년 1월부터 ‘아름다운가게’ 양재점에서 일했다. 많은 이들이 보다 더 나은 직장을 찾아 수시로 바꾸는 시대에 한 곳에서 6년간 꾸준히 일하는 어려움은 없었을까.
“첫해년도에 개근하고 쭉 하다가 3년차에 약간 슬럼프에 빠졌어요. 봉사자들 사이에 ‘어! 왜 내가 봉사자인데 점심값은 받아야 하지 않나, 교통비조도 나와야 하지 않나’라는 문제가 제기되었어요. 저와 다른 의견을 가진 봉사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듯해 그만 두어야 하나 고민했어요.
그럴 즈음 우연히 강남구 자원봉사센터에서 자원봉사 교육이 있기에 교육을 받았어요. 교육을 받고나자 교육 강사 제안을 받았고 또 안국동 ‘아름다운가게’ 본부에서 강사해 볼 생각 없냐고 연락이 왔어요.
인연이랄까. 동시에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두 곳에서 연락이 왔어요. 흔쾌히 응낙했죠. 봉사도 재미있어지고 강의도 재미있어졌어요.
그 다음부터는 자신 있게 봉사는 무보수, 자발성이라고 교육합니다. 봉사자들께는 보수보다는 봉사를 하며 사랑받고 있다는 인식을 주는 게 중요해요. 예를 들어,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 문화 나눔으로 들어오는 공연을 연계해서 보는 것 같은.”
김 대표는 봉사를 하면서 봉사의 의미를 가르치는 강사 역할도 한다. 아름다운가게 본부와 강남구 자원봉사센터에서 자원봉사 기초교육 강사(2008년 1월~)와 전문직 자원봉사단(2008년 6월~)으로 일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에 강의 프로그램이 있어요. 지방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오면 출장과 연계해서 하고요. 전문직 자원 봉사단은 의사, 변호사, 아티스트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자신의 분야를 소개합니다. 직접 학교에 나가 진로교육을 하지요. 저는 IT분야를 알려줍니다.”
딱딱함이나 권위와는 거리가 먼 CEO는 인터뷰 틈틈이 단골고객의 안부도 묻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눈다. 토요일이면 ‘아름다운가게’ 활동천사로 변하는 CEO가 나누는 행복 이야기를 들어보자.
봉사활동을 광고하라
“박원순 변호사님이 ‘예수님이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몰라야 한다고 하시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멀었다. 봉사활동을 광고하라’고 강의하셔요. 저도 이 말에 동의하고 떠들고 다녀요.
저 같은 CEO도 돈만 보내거나, 돈을 보내고 싶어도 어떤 단체가 믿을만한 단체인지 몰라서 머뭇거리기도 합니다. 저는 CEO들에게 권유해서 여기에서 행사도 함께 하고, CCTV장비를 납품하는 회사에게는 ‘장비를 줘라, 내가 설치하고 관리하겠다’고 말합니다.
그 결과로 작년부터 한 달에 한 군데씩, 제품을 기증받아 저희 직원들이 설치하고 유지, 보수하고 있어요. 하나씩 퍼지면서 광고효과도 있고 보람도 생겨 그 회사도 너무 좋아하고 저희 직원들도 뿌듯해합니다. 다른 회사도 관심을 보이고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죠.
‘아! 봉사를 이런 식으로 해도 되는구나’ 하며 퍼져나가는거죠.”
한 가지 일하고 열 가지 받는다
각자의 재능으로 사회공헌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밝은 얼굴로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저력은 어디서 나올까.
“지 좋아서 하는 건데요. 하하. 제 좌우명이 사필귀정입니다. 사실, 저는 한 가지 일하면서 열 가지를 받거든요. 사장이 이런 일 해도 회사 잘 돌아가지요. 몸과 마음 건강하지요. 가족 화목하고… 좋은 사람들 만나지요… 이거 다 받는 거 아니에요?”
연신 큰소리로 밝게 인사하는 김 대표 덕택일까. 추위로 온 몸을 감싸고 들어 선 손님들은 추위를 잊은 듯 편안하고 꼼꼼하게 물건을 고른다. 추위는 이미 멀리 가버렸다. 봉사활동을 하려는 마음은 있지만, 머뭇거리고 있는 시민들에게 그는 어떤 말을 해줄까.
“지금 못하면 못합니다. ‘지금 이 순간 시작해라’ 내일 하려하면 못합니다.”
[글_ 정인숙 해피리포터/ 사진_ 이재흥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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