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

나눔의 행복, 성북나눔의집

정인숙 2008. 6. 26. 15:12
[성북나눔의집] 나눔의 행복, 성북나눔의집
리포터 : 정인숙 | 2008.03.18 | 조회 : 178
 
나눔의 행복, 성북나눔의집
    

 

박순진 신부와 안영신 운영자.

   

과거가 존재하지 않는 도시는 삭막하다. 모두가  어려운 시절, 하루살이의 무거운 몸을 이끌고 오르내리던 삼양동 산동네... 과거의 그 모습은 어떻게 남아있는지 궁금하던 차에 이십년동안 애환서린 사람들을 어루만져온 대한성공회 ‘성북나눔의집’을 찾았다.

 

 “이상하죠? 실리를 추구하는 지금의 사회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여기 오면 참 마음이 편안하고 따뜻해져요.” 작은 도서관 ‘꿈틀’과 방문학습 사업단 ‘꿈너머’에서 자원 봉사자로 일하는 이소영씨(55)의 안내로 골목 안으로 들어서니 ‘성북나눔의집’이라는 예쁜 간판이 눈에 띈다.

 

1988년 공부방활동을 시작으로 대한성공회 삼양동 나눔의집이 탄생했다. 사회소외계층, 저소득층 주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활동을 펼쳤는데, 작년에 작은 도서관 ‘꿈틀’을 개관하여 주민들의 요구에 적극 부응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순진 신부는 “구체적인 활동은 지역 특성에 따라 찾아야 하므로 성북구가 재개발로 대대적인 변화를 하여 지역에 맞는 활동을 모색하여 작년부터 ‘작은 도서관’운영을 시작하였다”고한다.

 

작은 도서관을 발판삼아 ‘마을학교’로

 

‘꿈틀’에는 현재 하루 15명 정도의 아이들이 이용하고 있고 대출은 올해부터 시작하였다.  3000여 권의 어린이용 도서와 열람공간을 구비하고 있다. 책을 통하여 미래를 꿈꾸고 희망을 가꾸어가야 함에도 우리 사회는 도서관 설립에 인색하다.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을마다 한 귀퉁이를 내어 놀이터삼아 아이들이 항상 드나들도록 하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소망이 골목에 가득 퍼져있는 봄 햇살 아래 피어나고 있다.

 

꿈틀 도서관 내부 모습.

도서관 안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등 자원봉사자의 보살핌을 받으며 지낸다. 도서관 밖에는 어린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주변을 어른거려 ‘아이들이 모이는 편안한 곳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동네 모습은 많이 바뀌어 언덕사이로 낡고 허름한 집들이 언뜻 보일 뿐, 도로변은 번화한 건물과 아파트들이 들어서있다. 이렇게 생활환경이 다른 아이들이 상존하여 저소득층 아이들만을 돌보기는 아이들 본인에게도  상처일 뿐 아니라, 지역 운동에도 바람직하지 않아 마을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통합적인 도서관 운영을 하고 있다고 맑은 얼굴에 넉넉한 웃음을 지으며 박순진 신부는 설명한다.

 

저소득층 주민 아이들을 돌보는 설립취지에 변화를 주어 특정부류로 묶기보다는 일반적인 아이들과 교류하면서 커 나가고 소외된 아이들 보살핌은 그 안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더 나아가 도서관과 더불어 쉼터 개념의 ‘마을학교’를 열어 아이들과 상담, 놀이, 문화 활동  등을 활성화하고자한다. ‘마을학교’를 정착시키고자 인근의 초등학교와 연계 프로그램도 만들고 후원회행사, 지역연대, 보고회 등 활발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과거 삼양동 사람들은 어디로 이주하였을까. 고된 삶을 접고 편안한 주거환경에서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을까. 안영신운영자의 설명은 또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복지사업이 활발해져서 구청에서 가정봉사파견원이 파견되나, 법적으로 입증되는 구체적인 자격요건이 있어야 혜택을 받는다.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지하셋방 등 이 동네 언저리에서 여전히 삶을 이어가고 있다.

 

멘토링으로 개별적인 보살핌을

 

아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책을 읽고 있다.

방문학습사업단 ‘꿈너머’는 저소득층자녀와 멘토링으로 맺어져 학습지도 및 마음을 보듬어주고 있다.

 

화려한 도시생활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박탈감과 상실감으로 상처를 입은 아이들이 곳곳에서 도움을 기다린다. 거대학교에서 손이 미치지 못하는 현장에 멘토링 도우미 열세명의 세심한 손길이 닿아가고 있다.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까지 ‘나눔의집’ 식구들이 얼마나 정성을 들였을까싶다

 

‘꿈너머’ 방문학습단 급여는 사회적일자리창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그동안 정부의 도움을 받아왔는데, 올해부터 ‘퍼주기’라는 논리로 예산이 줄어들어 도우미 수를 8명으로 제한해야 한다니 재정적 뒷받침이 아쉽다.    

 

삼십여 가정과 맺고 있는 ‘가정결연’사업도 꾸준히 이어져간다.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에게는 물질적 지원보다 우선하는 것이 마음가짐이다. 정서적 고립은 자존감을 상실케 하여 개인적 불행과 사회적 불안요소의 원인이기도 하다. 마음을 나누는 만남이 쌓여 서로에게 힘이 될 때  세상은 더 따뜻하고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이다.

 

그 많은 식구들이 후원회원들의 도움으로 한해 총 8000만 원(‘꿈너머’ 급여제외)규모로 살고 있으면서도 이 집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2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엔 더 많은 식구들이 옛 기억을 더듬으며 행복해지리라싶다.

 

얼굴을 드러내기를 부끄러워하는 사람들. 이십년 전, 골목 안에서 작은 씨를 뿌려 희망의 싹을 틔우고 날마다 열매가 맺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조급해하는 사람들.

 

새해 첫날 날아온 “선생님! 사랑해요. 고맙습니다”라는 휴대폰 문자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사람들이 나눔을 나누며 살고 있는 터전이다.

 

[/사진_정인숙_해피탐사단]

 

성북나눔의집

전화               : 02-912-4481,911-5649

e-mail           : sbnanum@hanmail.net

홈페이지        : www.sbnanum.org

주소              : 서울시 성북구 하월곡동 139번지

자원활동참여 : 1. 도서관지킴이, 방문학습멘토링, 가정결연봉사자등 자원 봉사활동

                       2. 재정적으로 도움을 줄 후원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