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

이소영선생님 인터뷰

정인숙 2009. 12. 2. 19:52

"끊임없이 공부하고 변화하렵니다"
- 이소영 성북생협이사장 인터뷰
http://happy.makehope.org/senior/senior_view.php?&id=43&st=0



추위가 한풀 꺽인 토요일 오후, 돈암동으로 발길을 향했습니다. 성북생협 후원의 밤. 바로 이소영 선생님(행설아5기 출신)이 일하시는 곳입니다. 주점 안에서는 떠들썩한 소리와 구수한 음식냄새가 뒤섞여 활기가 넘칩니다. 이소영 선생님이 앞치마를 두르고 일하시다가 반갑게 맞아주시네요.

-몇년 동안 조합원으로 자원활동을 하시다가 올 3월 생협 이사장으로 취임하셨는데 감회가 어떠세요?

“거의 1년 일하면서 내 개인적인 생활들이 많이 없어지니까 그게 좀 아쉽기도 하죠. 이 일도 소홀히 할 수 없고 내 개인적인 생활도 중시하다보니 양다리 걸친 느낌이랄까. 예를 들면, 이사회를 끝나고 뒷풀이에 함께 해야 하는데 보고 싶은 영화를 놓칠 수 없어 보러 가거든요. 그러면서 후회하죠. 내 가치관과 내 조직이 사회적인 가치와 맞물려서 해야 하니 늘 고민하게 되고요.

책임감으로 열심히 일하고는 있어도 처음부터 일한 게 아니라 애정이 부족한 걸까, 한 다리만 걸쳐놓고 사는 내가 조직 생활에 맞지 않는 거 아닐까, 반성도 하고요. 하지만, 사회와 소통하려면 이런 일이 계기가 되리라 믿어요. 인생이 영원히 고민하면서 사는 거 아닐까 싶네요.”

이소영 선생님이 들어오는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잠시 자리를 뜨셨습니다. 주점 한 구석에서 아이들이 버튼을 만드느라 본을 뜨고 공책 표지에 한지를 붙이고 있습니다.


-성북생협 조직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현재 조합원이 600여 명입니다. 매달 ‘조합원 만남의 날’에 비누만들기, 식단 짜기, 천연화장품 만들기, 떡 만들기, 천연염색 등 다양한 행사를 벌이죠. 또 생산지 견학도 다니고 바자회도 열고 주말농장, 동화 읽는 모임 등 활동이 많아요. 상근자는 세 명, 유치원 원장, 병원 직원, 학교 선생님 등 지역에서 활동하는 열두분이 이사로 계세요. 생활재 3만 원 이상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직접 집으로 배달해 주고 있지요. 저쪽에 학교 선생님들이 오셨는데, 올해 면생리대 만들기 사업이 호응이 좋아 내년에 좀 더 펼칠 생각이에요.”

-오늘 후원의 밤 행사에서 얻은 수익금은 어떻게 쓰실 생각인지요.

“1년 동안 매출이 상당히 늘었어요. 월 4천만 원을 넘어서더니 이제 월 6천만 원이 넘었지요. 그동안 배달 차 한 대를 운영했는데, 부족해서 한 대 더 충원하려 합니다.”



영리 기관의 마인드로 ‘좋은 생각’을 전달하자

- 희망제작소 NPO경영학교에서 교육받고 계시지요.

"3개월 교육을 마치고 졸업을 앞두고 있어요. 한겨레신문에서 하는 사회적기업학교 조직디자인교육도 받았고요. 여기 경영하는 데 그 교육들이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예전에는 열정만 갖고 일했는데, 조직체계를 정리하고 상근자들하고 소통하는 면에서 도움을 받았죠. 예전에는 저와 생각이 맞지 않으면 같이 일하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생각이 맞지 않아도 상대편의 장점을 보고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되더라고요.

또 아이러니하게도 비영리기관 경영교육을 받으면서 영리기업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고요. 영리기관의 마인드가 많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독자나, 고객, 소비자의 눈높이를 받아들이는 마인드요. ‘우리는 좋은 생각을 갖고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만으로는 좋은 생각을 전달하기가 힘들다는 거죠. 변화란 결국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거니까 내 자신의 성찰에도 도움이 되었죠. ‘나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자각이고요.

여기저기서 열심히 일하는 젊은 친구들과 같이 활동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였어요. 3개월 하면서 조별로 상금 받은 것도 2기 장학금으로 내놓을 정도로 끈끈한 결속력을 쌓을 수 있었고… 대학원 1학기 수강시간에 해당되는 프로그램과 조별 과제, 컨설팅 등도 아주 좋았지요. 기회가 닿는 대로 모금전문가학교나 사회혁신기업가 교육을 듣고 싶어요. 실제로 창업하는 데 도움이 될 터니까요.”


-오늘 행사를 며칠동안 준비하셨겠네요.

“활동가들과 조합원 모두가 나서서 음식 준비를 하였지요. 흐뭇하기도 하지만, 후원회 행사에 미리 표를 강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어제는 난민인권센터에서 행사를 하였어요. 그런 일은 생협의 취지에도 맞고 의미가 있지만, 이런 주점을 빌려 하는 수익사업 행사는 좀 고려해봐야 하지 않나 합니다. 그동안, 생협에서 줄곧 해 오던 일이라지만, 생협도 활동가들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1년 동안 긍지를 갖고 열심히 일하셨는데, 앞으로의 계획이 듣고 싶습니다.

“그동안 생협활동하면서 매출도 오르고 이용생협에서 전국두레연합회 회원 생협으로 위상도 높아졌고 조직도 더 체계적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어요. 매장을 개장하는 일도 고민해야 하고 … 지금까지는 전략보다는 열정만 갖고 운영해 왔는데, 남은 임기 1년 동안에는 이사장 자리가 없어도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게 운영하려 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2년 후에 성북 지역 내에서 문화 사업을 꿈꾸고 있어요. 작은 홀에서 주민들과 함께 하는 공연을 펼치고 싶습니다. 매일은 힘들 테고 한 주에 한 번 정도? 호호호”


저녁 시간이 다가오자 점점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여 주점 안이 꽉 찼습니다. 생협 막걸리 맛에 취해 한 번 자리에 앉으면 자리뜨기가 쉽지 않습니다. 나오는 길에 자원 활동가들이 정성껏 만든 천연비누를 한 아름 받아 들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막걸리의 취기와 생협 사람들의 온기로 추위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거리에 서있어도 이소영 선생님의 반짝이는 눈빛과 활동가들의 분주함에 힘입어 성북생협이 쑥쑥 자라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성북생협

주소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139번지 1층

전화 : 02-941-0450

팩스 : 02-916-6892

누리집 : cafe.daum.net/sbcoop

[글/사진 _ 해피리포터 정인숙]
정인숙 (isu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