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

생생토크-박원순 상임이사가 전하는 'NPO에서 일하는 즐거움'

정인숙 2009. 8. 26. 22:05

NPO 생생토크 지상중계 - 박원순 상임이사가 말하는 'NPO에서 일하는 즐거움'
정인숙

http://happy.makehope.org/npo/forum_view.php?&id=778&st=0

          <영상_ 원순씨의 하루>

 

 

 

 

"전 세계에 새로운 영웅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바로 사회적 기업가들입니다.

 

‘사회적 기업이란 혁신과 진보에 필수적인 운전사다. 또한, 도전하면서 변화를 모색하고 불평등한 시스템을 바꾼다. 사회적 기업가는 창의와 용기, 강인함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다. 공공을 위한 혁신가들이다’라고 평합니다. 자본주의보다 훨씬 나은, 따뜻하게 함께 가는 세상을 만들어 내는 직업이죠. 전 세계에서 얼마나 많은 동지들이 좋은 세상을 위하여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는지 살펴보세요.”


생생토크 <NPO에서 일하는 즐거움> 특강 첫 회가 열린 8월 11일, 장대비가 내리며 며칠간 거리를 달구었던 폭염을 식혀주었다. 오늘의 주인공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다. 이미 청중들은 <원순씨의 하루> 영상을 보며 원순씨와 한결 가까워졌다.

 

'거리의 사회자' 최광기씨는 원순씨와 함께 시종일관 유쾌한 토크를 이어나갔다.


그는 무엇보다도 ’원순씨‘란 호칭을 가장 사랑한다. 사회자 최광기(토크컨설팅 대표)씨가 “원순씨가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과로사가 꿈이시라니 여러분 열심히 말려주세요”하며 소개하자 원순씨는 “이렇게 영상에 나올 줄 알았으면 머리 좀 빗고 나올걸 그랬어요”라며 특유의 환한 웃음을 짓는다.  그는 “전 제 직업이 너무 좋아요”라며 말문을 텄다.

 

 

 

 

"저는 회색지대에 살고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말은 ‘세상은 꿈꾸는 사람의 것이다’입니다. 사실 오늘 충격을 좀 받았어요. 사무실에서 중학교 학생들을 만났는데, 꿈을 물어보니 대부분이 우물쭈물하며 얼버무리네요. 요즘 젊은이들은 잘 먹고 잘 사는 게 꿈이라는데 ‘그것이 과연 우리 시대의 진정한 꿈일까. 인생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일까. 월급 많이 주는 좋은 직장은 좋은 삶을 위한 작은 길이지 진정한 목적은 될 수 없지 않은가’고 생각합니다. 우리 젊은이들의 꿈에 대해 좀 더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요.

 

저는 늘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지만, 사실 회색지대에 살고 있어요. 우리 사회의 가진 사람, 부자, 권력자들인 친구들이 많은 반면에 노동자, 가난한자, 핍박받는 자도 제 주변에 많이 있죠. 양쪽을 오가면서 고민도 하지만, 이런 일을 하는 게 참 행복하고 좋습니다.

 

제가 계속 검사를 했으면 이런 얼굴이 되지 않았을 겁니다. 저는 늘 좋은 사람들, 좋은 기운들과 함께 살고 있어요. 좋은 기운이 흐르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살다보면 자신의 인생도 그렇게 됩니다. 오늘 이 자리, 이런 작은 인연이 세상과 삶을 바꾸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발상…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다른 세상이 있어요. 세상이 변하고 있어요."


원순씨는 행복한 웃음을 가득 띠며  “잘 오셨다”고 참석자들을 반긴다.

“주덕한씨는 제 강의에 몇 번 나오더니 ‘전국백수연대’ 단체를 만들었어요. 제가 주덕한씨와 친구가 되어 그 회원들을 만나니 명함을 건넵니다. 미래의 직업이 쓰인 명함이에요. 이미 주덕한씨는 백수를 면해 TV에도 출연했어요.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과 열정을 가지면 그 희망은 이루어진다고 믿어요.

 

또 저는 이런 꿈을 꿉니다. 국무총리가 퇴임 후 작은 도시의 면장으로 일하고, 국립대학총장이 작은 시골학교의 교사가 되는 꿈. 그러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워지겠어요? 이번에 리스본에서 열린 <Social Innovation Exchange> 대회에서 수없이 많은 직업을 보았어요. 우리가 전통적으로 알고 있던 것과 다른 세상이 있습니다. 세상이 다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단두대가 있는 곳으로  가라

 

한없이 부드러울 것 같은 원순씨 눈이 날카로워지고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그는 사회적 기업이 열정적으로 일하며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간다고 적극 소개한다.

 

“처음에 쉽지는 않죠.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습니까. 용기와 도전으로 시작하면 계속 가지가 쳐져서 전문가가 됩니다. NPO 일은 자본주의보다 훨씬 나은, 의식 있고 용기 있고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곳곳에서 여러분들의 성취를 기다립니다.”

 

이어 원순씨는 ‘날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자신의 인생길과 비슷하다며 거창고등학교의 직업관을 소개한다.

 

1. 월급이 적은 곳을 택하라.
2.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3. 승진의 기회가 없는 곳을 택하라.
4. 모든 조건이 갖춰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5.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6. 장래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곳으로 가라,
7. 사회적 존경을 바랄 수 없는 곳으로 가라.
8.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 자리로 가라.
9. 부모나 아내가 결사반대 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있는 곳으로 가라.

 

 

 

 

원순씨에게 묻는다

 

질의응답시간이다. 질문사항을 뜯으면 질문자가 나온다. 원순씨는 <마음얻기>를 뽑는다.

 

질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으십니까?

박: 그런 노하우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관계를 통해서 관찰하고, 성격, 하는 일, 생각 이런 신뢰로 마음을 얻는 것이라 생각해요. 즉 관계의 축적에서 온다는 거죠. 고액 기부자분들도 오랫동안 활동을 같이하면서 관계를 맺어 귀중한 선물을 주시는 겁니다.


 
희망모울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은 NPO 활동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함께 웃었다.


질문:  NPO 활동가들이 뜻은 높은데 전문성은 부족하다고 합니다. 전문성이나 사회적 경험을 쌓고 난 다음에 NPO에서 일하는 것이 좋을까요?

박: 저는 변호사 일부터 시작을 했지만, 좀 더 일찍 NPO에 들어서면 훨씬 더 전문성을 쌓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 시절에 NGO대학원이 있었으면 더 일찍 전문성을 쌓았을 것 같아요. 참여연대에서 기록을 담당한 분은 기록이 부재한 시대에 기록 연구원으로 전문성을 쌓았어요. 용기 있게 도전하면 실패하더라도 엄청 많이 배웁니다. 전문성은 현장으로부터 쌓아야 해요.
 
질문: 활동가들의 큰 고민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 선택이 어렵고 중간에 그만두게 됩니다.

박: 인생의 길은 매우 많은데 남들이 다 가는, 다 닦아놓은 길은 지겹잖아요? 자기가 처음으로 개척해 나가는 길, 이런 길이 훨씬 더 보람 있지 않을까요? 어떤 불확실, 어려움이 있더라도 남들이 가지 않은 길, 불확실성 때문에 더 즐거운 그런 길을 가라고 하고 싶어요. NPO 활동가가 바로 거창고 직업관과 같은 길입니다. 하지만, 지내놓고 보니 세속적으로 희생한 만큼, 보상을 세상에서 받습니다.

 

질문: 여자친구한테 인권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했더니 심각해집니다. 가정에서 아내의 반대는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박: 전략을 세워야죠. (웃음) 인생의 큰 방향을 이해해 주지 않으면 같이 살기가 힘들죠. 검사, 변호사로 있을 때 엄청나게 일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벌은 적이 있어요. 부나 가난은 인생의 수단일 뿐이지 목적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오늘 같은 교육을 여자친구와 같이 와서 받으면 뜻을 같이 할 수 있지요.

 

질문: 사람에 대해서는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요.

박: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고 했듯이 혼자서는 의미가 없어요. 최광기 선생님처럼 길거리에서 수십만 명을 이끄는 사회자가 선뜻 이런 행사의 사회를 봐주시는 것처럼 이름도 없이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 그들의 지혜와 힘을 함께 하면 훨씬 더 잘할 거라고 믿어요. 혼자하면 외롭지만, 서로 좋은 생각을 함께 도모하면 훨씬 더 잘됩니다. 18세기 영국이 식민제국이었을 때 노예제도 폐지를 위해 싸운 윌리엄 윌버포스는 링컨, 만델라에 영향을 끼치고 클린턴으로 이어집니다. 대한민국은 많은 시련을 겪었고, 우리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다른 나라에 지혜와 희망을 나누어줘야 합니다.

 

이제 끝맺을 시간이다. 다음 생생토크를 기대하며 참석자들이 다함께 크게 웃으며 인사를 나눈다. 희망모울안에 좋은 기운이 가득 찬다. ‘대한민국을 넘어 희망을 나누자’는 메시지와 함께.

행사가 끝난 후 자신의 저서에 사인을 해 선물하고 있는 원순씨.


[글_정인숙, 사진_조유나, 영상_조유나,유지원 / 해피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