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팔로만 생활을 하니 몹시 피곤하다. 아침에 눈 뜨며 천천히 한 바퀴 돌고 남편이 일하는 밭으로 갔다. 땅콩을 거두고 있다. 재작년보다 작년이 낫고 올 수확은 우리 식구가 먹기에 충분할 듯 하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남편은 다시 밭으로 간다. 천천히 몸을 움직여 커피 한 잔 들고 배달나간다. 땅콩을 캐서 마르라고 둔덕에 올려놓고 다시 땅을 뒤진다. 땅속에 몇 개나 남았다고.. 손가락만 아프지 에휴~~!
무우 씨를 아주 조금 뿌렸다는데도 솎아줄 것이 많다. 우리는 고민하기 시작한다. 어느 놈을 버리나... 첫 해엔 아깝다고 너무 많이 키워 자잔한 무우가 많았다. 그래도 신기하여 매일 들여다보고 물 주곤했지.
대충 솎아내곤 남편은 다시 땅콩을 캔다. '흙 속에 남은거 놔둬라.. 손가락 다치니 꼭 장갑끼고 해라. . '
잔소리한다고 들어가셔 한다 . 커피 배달한 공을 잔소리로 까먹는구나... ㅋㅎ. 사람마다 자기 방식이 있다고 인정하기란 참 어렵다.
고추꼭지를 딴다. 왼손으로 꼭지를 따고 오른 손은 보조.. 시간이 세 배는 걸린다. 그래도 천천히 하니 하나씩 쌓여간다. 모짜르트의 클라리넷을 들으며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떠올린다. 그들의 대화가 .. 아프리카 풍경이 기억 속을 떠돈다..
점심을 먹고나니 엄청 피곤하다. 책 펴놓고 한 페이지 읽고 잠에 빠져들다.
'인생이 지나간다는 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늘 그러하지 않고 변한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기쁘고 좋은 일도 지나가지만 슬프고 나쁜 일도 다 지나가지 않는가. 생과 노가 있으니 삶은 매순간 긴장하여 탄력이 생기고, 의미가 깃들며, 마침내 빛날 수 있는 것 아니던가 ㅡ 구효서